
글: 서형준 | 공간 디렉터 · 투자자 · '언헤븐트' 유튜브 채널 운영
“몇 번 유찰됐다고 해서 내가 실패한 건 아니었다.”
처음으로 경매에 도전했을 때, 나는 이미 여러 번 유찰된 물건을 노리고 있었다. 입지나 구조가 다소 애매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리모델링으로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유찰도 아닌, 경쟁 탈락. 예상보다 훨씬 많은 입찰자가 몰려들었고, 나는 보수적인 금액을 써냈던 탓에 낙찰받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날은 좀 속상했다. 경매는 분석과 전략의 게임이라고 생각했는데, 때론 운과 용기,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는 걸 처음으로 배웠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실패에서 내가 무엇을 가져왔느냐다.
입찰에서 떨어졌지만, 나는 큰 선물을 얻었다.
입찰서 분석 → 경쟁자 수 → 낙찰가 → 실거주자 유무 → 추후 전세 시세 흐름까지, 그 물건은 내게 훌륭한 학습 재료가 됐다.
특히 내 입찰금액과 실제 낙찰금액의 차이를 기록해두면, 지역별 낙찰가율 감각이 생긴다.
세 번째 유찰에서 80%에 입찰한 내가 밀렸다면, 그 지역의 실질적 바닥가는 이미 그 이상이라는 이야기.
그 한 번의 실패로 인해 나는 오히려 많은걸 배웠다.
실패 덕분에 나는 ‘내가 어떤 물건을 원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입지와 구조만 봤지만, 이후에는 주변 단지의 단기 회전율, 전세 시세, 수리비 여유 범위, 단지 내 경쟁 요소까지 체크하게 됐다.
경매는 욕심과 타협하는 싸움이다. 한 번 실패하고 나면 내 ‘기준선’이 생기고, 다음부터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그건 어쩌면, ‘작은 낙찰 1건’보다 더 큰 자산일지도 모른다.